범죄도시:폭력은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다(약스포).
나쁜놈들이 많이 나온다. 무려 실화다.
아웃레이지처럼 모두 나쁜놈은 아니지만 준법여부를 기준해서는 형사도 나쁜놈도 모두 나쁜놈이다.
형사는 법도 조금 어겨가면서 해야 되는 상황이 담담하게 진행된다. 월급쟁이는 이해가능 한 설득력 있는 묘사를 한다.
나쁜놈 잡는 형사이야기라는 점은 베테랑하고 비슷하다. 팍팍 때려 잡고 시간 끌기 없이 노래 데스파시토(Despacito:엊그제 유튜브 조회수 1등을 차지한 라틴팝 )처럼 흘러간다.
헌데 부자 나쁜놈보다 가난뱅이 나쁜놈들이 훨씬 무섭다. 베테랑의 재벌3세 조태오는 걍 졸라 재수 없었지만, 하얼빈 3인조는 졸라 음산하고 무섭다.
근대 이전의 개인의 폭력이 공공의 소유가 되지 않았던 시대와 같이 가리봉동이 펼쳐진다.여기에 전설의 희귀동물처럼 하얼빈 3인조는 음산한 폭력과 함께 난데 없이 나타난다. 오딧세우스의 키클롭스 3형제 같은 것들이 난데없이 가리봉동에 나타나 자기들의 섬을 만들고 선원들을 마구 잡아 먹는다.
이 두 명의 아우들은 장첸 양 손에 들린 흉기처럼 자유자재로 사람들을 때리고 겁주고 자르고 그런다. 머리숱이 많은 것으로 보이는 파르라니 깎은 대머리 아저씨의 마른 몸에 짝 달라 붙은 수트가 휘두르는 폭력에서는 신경질적이고 악날한 실루엣이 나온다.
장첸이 열 받을 때 마다 음산한 리듬의 배경음이 깔린다. 몇초 뒤의 폭력을 예고하며 보는 이에게 폭력을 당하는 사람에 입장의 감정을 주입 시킨다. 소리가 주는 공포감이란 역시 무섭다.
이 개 노답 3형제는 자르는 행동, 찌르는 행위, 날이 있는 무기를 주로 쓴다. 폭력을 쓰는 사람도 맞서는 사람도 불안함을 느끼게 하는 불가항력과 관성의 법칙과 계산할 수 있는데 까지 계산기를 두드리는 악의 가득 찬 폭력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피를 뿌리고 요사스러운 효과음을 낸다. 보는 이의 가슴이 답답해진다.
벌크업 한 마동석 아저씨가 매우 재치있고 명랑하게 나타난다.
가슴 답답했던 요망한 놈을 싸대기 한방에 팍! 때려서 조지고, 건방진 깡패는 스턴건 펀치로 퍽! 기절-, 나부대는 대머리 경동맥 조르기로 잠재우고, 사지 멀쩡하게 두면 영 불안한 불청객 팔을 디테일하게 꺾어서 부숴 놓는다. 아주 속이 시원하게 조진다. 요 때 요 장면들에서 나는 소리들이 아주 톡 톡 터지는 사이다 같은 청량감을 준다.
변강쇠처럼 일반인과 차원이 다른 강함을 분출하여 작고 시시껄렁한 짓눌림을 싹 밀어버린다.
갖고와!
폭력의 꽃은 협박이다.
마동석의 경고(협박)는 근거가 있다. 폭력은 공공의 소유물이고 이 구역의 주인은 나야 '갖고와!' 이렇듯 당당하면 사사로운 폭력은 자신의 발밑이 비어있음을 확인하고 굳어버리게 된다. 이미 정규화 된 위협은 긴 말과 행동으로 보여주는 증명이 필요 없다.
아무리 살벌한 말을 질러도 일단 말만 해서는 "이뭐병-"이런 반응.
도끼로 자르고, 망치로 찍고, 칼로 찌르고, 차로 밀고, 한 두 명 죽이고 이렇게 힘들게 프리젠테이션을 한 뒤에야 말 만해도 통하는 협박이 간신히 성립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임시적인 것.
범죄는 폭력을 돈으로 바꾸는 과정의 부산물이다.
중국 동포들은 죽을둥 살둥 싸우고 서로 살을 뜯고 뼈를 부시며 죽여가며 범죄를 저질러 돈으로 바꾼다.
마동석은 다르다. 배치해두고 쏘지는 않는 핵보유국의 위치와 역할을 가지고 근무시간에 방문하여 딱 필요한 만큼만 정규화된 국가의 폭력을 밀매하여 돈으로 바꿔온다. 이 과정에서 약간의 범죄가 발생하지만 현재의 시스템 상의 문제가 보완되기 전의 임시방편의 행동임으로 대부분 관객은 흔쾌하게 동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극에 몰입한 나는 설득 당해 '그럴 수 있지.'라고 동의하고 넘어갔다.
타케시가 묘사하는 폭력처럼 마동석의 폭력은 빠른 한방인데 맨손이다. 타케시풍의 맨손폭력 묘사라고 할까.
타케시의 빠른 한방은 주로 젓가락, 총, 폭탄, 드릴 등 여러가지 도구를 써서 잔인하기 때문에 디테일한 묘사가 없어도 도구가 있다는 사실로 설명이 된다. 마동석의 빠른 한방은 힘, 스피드, 자세를 잘 살린 설득력 있는 타격감을 디테일하게 묘사하여 개연성을 설명한다.
국가가 폭력의 정당성을 독점하고 사사로운 폭력이 금지된 근대 사회에서 법적 근거 있는 협박과 스턴건 같은 한방을 구사하는 극 중의 마동석보다 강한 적은 사사로이 존재할 수 없다. 결국 나쁜 놈들은 바퀴벌레처럼 숨어 다녀야 하거나 마동석의 인내의 한계만큼 허용된 범죄를 저지르고 대가를 지불하는 체제 안에 안착해야만 한다.
베테랑에서 아트박스 사장님이 조태오와 싸우지 않아서 다행이다.
마동석과 스턴건 펀치는 지리는 궁합이다.
돈을 폭력으로 바꾸는 상징적인 악당을 물리치는 과정을 탱고나 왈츠 같은 액션변주로 보여주기에는 마동석의 폭력 표현력이 아깝다.
범죄도시에서 폭력을 돈으로 바꾸는 악다구니들을 시원하게 조지는 폭력을 만끽하며 나는 오늘 일용 할 마음의 양식을 극장 의자에서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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